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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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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물없이 보낸 수련의들도 있을까
  • 날짜 : 2009-04-21 (화) 16:30l
  • 조회 : 9,270

얼마 전 마지막으로 맞는 입국식이 있었다. 입국식은 인턴 1년을 마치고 전공과가 정해져 의국에 들어오게 된 것을 것을 축하하는 자리며, 동시에 4주 동안의 풀킵이 끝나고(보통 몇 주 더 연장되는 경우도 있다) 세상밖으로 나오는 인턴들을 소개하는 자리다.

덜렁대면서도 후배들의 어여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지난 4년 동안의 수련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인턴 풀킵을 마치고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참석했던 첫 번째 입국식. 윗년차 선생님들의 눈치를 살피며 애써 실수를 피했던 기억이 난다.

눈물 없이 보낸 수련의들도 있을까. 필자도 주치의 선생님의 말을 듣지 않아 눈물을 쏙 뺀 경험이 있다. 당시 주치의 선생님이 시키는 일만 하지 말고 능동적으로 시술을 하고 처방을 내려보라고 한 적 있다. 하지만 다른 일에 열중하다가 깜빡 잊어버려 결국 선생님의 말을 무시한 형국이 됐다. 곧바로 불호령이 떨어졌고 흐르는 눈물은 주체할 수 없었다.

동료의 우유를 먹은 사실이 밝혀져 제대로 한판 붙은 수련의들도 있었다. 지금에서는 웃어넘길 일이지만 잠이 부족하고 가뜩이나 예민한 수련의들에게 소소한 감정 대립은 종종 다툼으로 이어지곤 했다.

두 번째 입국식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인턴 1년이 끝나고 전공의 1년차가 돼 기쁘면서도 과거 필자가 그랬듯 제 정신이 아닌 인턴들을 챙기느라 긴장을 풀 수 없었다. 느긋하게 즐길 수 있었던 전공의 2년차 시절도 의국총무를 맡고 있는 터라 이래저래 바빴다.

이제 필자는 한방소아과 전공의 3년차가 됐다. 아이들이 좋아서 소아과를 지원했다면 포부가 작은 것일까. 아픈 아이들에게 건강을 선물해주고 싶은 소박한 꿈이 나를 이곳까지 오게 했다. 특히 요즘은 유소년들의 스포츠 손상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소아과 전문의로서 유소년 경기 팀의 주치의 등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러면서도 마지막 입국식이라고 생각하니 왠지 더 치열하게 공부하지 않은 것이 후회됐다. 일년여 남은 전문의 시험, 필자는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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