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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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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ho is K?
  • 날짜 : 2009-04-21 (화) 16:38l
  • 조회 : 6,968

K야 안녕! 어느 덧 싱그러운 봄날이구나. 벚꽃이 떨어진 자리에는 어린 녹음이 어리고 한낮에는 때이른 더위가 찾아오기도 하는 이 맘 때면 봄날의 날씨를 닮은 네가 더욱 그리워진다.

몸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지? 내가 너를 가끔 떠올리듯이 너
도 나를 가끔 생각이나 할 걸 너에게 바라는 것이 무리일 지도 모르겠구나.

우리가 처음 만났던 때를 기억해? 호기심과 아울러 작은 두려움까지 담겨 있던 네 눈동자를 난 잊을 수가 없구나. 그런 너는 내게 더욱 특별한 인연으로 다가왔단다.

누구나 각자 짊어져야 할 삶의 무게가 있겠지만 내 눈에 비친 네 삶의 무게는 유난히 무거워보였어.

‘네가 넘어져 다치지 않을까’하고 마음 속으로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그러면서도 이런 마음을 네가 알게 된다면 혹시라도 상처가 될까 염려스러워 더욱 더 밝은 웃음을 보여주려고 애쓰곤 했단다. 정말로 눈물겹도록 보고 싶다.

우리의 만남이 계속 될수록 차츰 마음을 열어가는 너를 볼 수 있었어. 나 역시 완벽한 인간이 아니기에 나의 미숙함으로 너를 아프게 할 때조차 넌 살짝 찡그리기만 할 뿐 눈물을 보이지는 않더라. 두 달이 지난 어느 날 마침내 넌 나에게 너무나 눈부신 미소를 선물해줬지.

그런 네가 내 삶의 무게까지 덜어주고 있었던 걸 넌 알고 있니? 삶과 사람에 지쳐 힘들 때, 너의 그 환한 미소가 나에겐 큰 위안이 되었고, 모든 걸 잠시나마 잊을 수 있게 해주었단다.

‘네가 내게 조금이라도 기대준다면, 그래서 내가 너의 짊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다면……’하고 바라던 내가 오히려 너에게서 많은 것을 받고 있었던 거였어.

하지만 우리의 인연은 거기까지였어. 내가 너로 인해 상처를 치유 받고 너 역시 나로 인해 상처를 치유하고 스스로 이 땅을 딛고 걸을 수 있게 됐을 무렵 넌 갑작스럽게 날 떠나갔지.

가슴 아팠지만 난 그런 널 결코 원망하지 않아. 우리가 가야할 길이 다르고 혼자 서있는 너의 뒷모습에서 평온을 읽을 수 있었기에 차마 잡을 수 없었단다.

이런 쓸데없이 말이 길어져버렸구나. 아마 넌 이 글을 보지도 못 할 텐데….

서로의 인연이 남아있다면 언젠가 다시 볼 수 있겠지. 너의 그 환한 미소를 볼 날을 기다리면서 그만 줄일게. 감기 조심하고, 건강하렴.
J로부터

Who Is K?
K는 현재 만 3세의 여아로 생후 3개월경 영아연축을 진단받고, 뇌수술을 시행하였습니다. 수술 이후 경련발작은 소실됐으나 우측 상하지의 무력증상이 나타나 두 돌 경에도 독립보행이 불가능해 유모차 생활을 했다. 그러다 두 돌이 조금 지난 무렵부터 필자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시작해 일주일에 2~3번씩 침 치료를 받았으며 2돌 6개월이 지났을 때 드디어 독립보행이 가능해져 통원치료를 그만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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