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한의사협회
  • 한의컬럼
  • Oriental Medicine Columnrmation

진료실이야기

  • 한의컬럼
  • 진료실이야기
  • 본초의 성분에 대한 고찰
  • 날짜 : 2018-05-14 (월) 09:12l
  • 조회 : 1,826

본초의 성분에 대한 고찰

 

류종훈(교수, 경희대학교 약학대학 한약학과)

 

아답토겐의 시대

 

이제 아답토겐도 성분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신 약리학자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면역기능 저하에 인삼을 사용하면서 그 구체적인 활성 성분이 무엇인지 모르고 아답토겐으로 부르고 있고, 처음으로 아답토겐이라고 이름붙인 오미자의 경우(Panossian and Wikman, J Ethnopharmacol. 2008; 118: 183-212)도 당시만 하더라도 그 구체적인 성분을 몰라서 그렇게 불렀을 것이다라는 설명이다.

 

 

한약도 마찬가지다. 한약을 질병치료에 처음 사용하였던 역사 이전의 시기는 물론 극히 최근까지도 한약의 무엇이 그러한 효능을 나타내는지 모르고 상당한 경험에 의거하여 사용해 왔다. 마황의 투여로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이 쉬어질 뿐만 아니라 땀이 나는 등의 현상은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어떤 성분에 의한 것인지 모르고 갈근탕(葛根湯)에 소청룡탕(小靑龍湯)에 배오(配伍)하면서 마황이 나타내는 효능을 이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황에서 에페드린이 분리되고 난 다음 그것의 약리작용과 마황이 가지고 있는 약리작용이 거의 비슷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마황과 같이 주성분이 수용성이고 물 추출물에서 충분히 약리작용을 나타낼 수 있을 정도로 확인되는 경우는 한약의 성질을 이해하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 소위 마황이 가지고 있는 본초학적 효능인 발한해표(發汗解表), 선폐평천(宣肺平喘), 이수소종(利水消腫) 등과 같은 효능들이 마황에 가장 많은 양으로 함유되어 있는 에페드린(총 알칼로이드 중 50% 이상) 및 슈도에페드린(총알칼로이드 중 25% 이상)에 의해서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며, 이들에 의한 효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한약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매우 많다.

 

탕약에는 어떤 성분이 함유되어 있을까?

 

참당귀의 경우 전통적인 방법으로 추출할 경우 참당귀의 주성분으로 알려져 있는 데쿠르신과 데쿠르시놀안겔레이트는 지용성 물질이어서 이들 성분의 추출에 물은 적당한 용매가 아니라고 서술하고 있다(JingpeiPiao,박사학위논문, Study on Water Solubility and Bioactivity of Active Compound in Angelica giags Nakai, 2016, pp25). , 당귀함유 처방의 수전복(水煎服) 탕액에 우리가 주성분이라고 알고 있는 위와 같은 성분은 극히 미량으로만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미량으로 존재하는 성분이 약효를 나타내리라고 추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다소비 한약재 중의 하나인 참당귀의 효능이 무엇에 의해 나타나는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없이 오늘을 지내고 있다. 시중에 유통되는 사물탕을 이용한 연구에서도 참당귀의 데쿠르신이 검출되지 않는 경우도 보고되어 있는데, 이는 데쿠르신의 물리화학적 특성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당귀의 기원에 의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한국한의학연구원, Metabolomics를 이용한 한의약의 특성 규명, 2010, p34-35).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약전의 당귀 항에서는 노다케닌 및 총 데쿠르신(데쿠르신 및 데쿠르시놀안겔레이트)의 합이 6% 이상 함유되어 있는 것을 당귀하고 정의하고 있으며, 작약의 경우는 알비플로린 및 패오니플로린의 합이 2.3%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사물탕의 성분분석 결과에 의하면 노다케닌 및 데쿠르신의 양은 매우 적은 양이 이행되며, 알비플로린 및 패오니플로린은 당귀의 성분보다는 현저히 많은 양으로 이행되는 것을 알 수 있다(위의 문헌). , 당귀에 가장 많은 양으로 함유되어 있지만, 당귀 또는 당귀를 포함하는 물 추출물에서 극히 적은 양으로만 검출되는 데쿠르신 또는 데쿠르시놀안겔레이트로 당귀의 효능을 설명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보인다.

 

 

해표약의 효능 대변자

 

산형과(Umbelliferae 또는 Apiaceae)로 좀 더 폭을 넓혀 보자. 본초의 분류에서 해표약에 해당되는 약물 15개 중, 산형과에 속하는 식물이 강활, 백지, 방풍 및 고본으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서부일, 최호영 편저, 임상한방본초학, 영림사, 2004). 그런데 이러한 산형과 식물들은 성분들을 서로 공유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쿠마린(coumarine) 또는 크로몬(chromone) 계열의 화합물이다. 이들 계열 화합물들은 당이 결합되어 있지 않은 비당체의 경우에는 거의 물에 녹지 않는데, 열수 추출인 탕약 중에 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이들 화합물들의 배당체나 물에 대한 용해도가 높은 다른 성분에 의한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최근 중국의 그룹에서 강활에 대한 리뷰 논문을 유명 저널에 게재한 바 있다(Azietaku et al., J Ethnopharmacol. 2017; 202: 241-255). 이 논문에 의하면 중국강활(N. incisum)에 가장 많이 함유되어 있는 성분이 notopterol인데, 연구자마다 그 정도가 다소 상이하지만 1.2% 정도 함유되어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 또 다른 논문에 의하면 관엽강활(N. forbesii)에는 오히려 notopterol 보다는 nodakenin2% 정도로 함유되어 있으며, 6'-O-trans-feruloylnodakeninbergaptol glycoside가 각각 0.7% 함유되어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Gu et al., Chem Pharm Bull (Tokyo). 1990; 38: 2498-502). 국산강활(Ostericum koreanum)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져 있지 않다. 그런데, notopterol의 경우는 물에 녹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어, 많은 양으로 함유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물 추출물에는 검출이 거의 불가능일 수 있다. 그러면 관엽강활의 효능을 nodakenin에 대입하여 이해가 가능할지의 여부는 많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왜냐하면, nodakenin을 주성분으로 함유하고 있는 약물은 강활 외에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방풍의 경우도 생각해 보자. 방풍은 우리나라나 중국, 일본 모두 Saposhnikovia divaricata를 방풍으로 사용하고 있다. 방풍에도 강활과 같이 chromone이나 coumarin 계열의 화합물들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그런데 방풍의 경우에는 그 양에 대한 명확한 기술은 없지만, chromone 계열의 화합물이 많은 양으로 함유되어 있으며, 그 중에서는 prim-O-glucosylcimifugin4-O-β-D-glucosyl-5-O-methylvisamminol가 많은 양으로 함유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Kreiner et al., Chin J Nat Med. 2017; 15: 255-264). 또한 중국에서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방풍의 경우 이러한 성분이 0.12% 이하여서는 안된다고 보고하고 있어 이 두 가지 성분이 가장 많은 양으로 함유되어 있다고 추론된다(Xiao et al., Zhongguo Zhong Yao Za Zhi. 2001; 26: 185-7). 방풍의 효능이 거풍해표(祛風解表), 승습지통(勝濕止痛), 거풍지경(祛風止痙)인데, 이들의 효능을 현대 약리학적 연구로 비추어보면 진통, 항염증 작용으로 추론할 수 있다. 그런데, 많은 양으로 함유되어 있다고 보이는 위의 cimifuginmethylvisamminol의 배당체들이 항염증 작용은 가지고 있는데 반해, 진통효과를 나타내지 못한다고 보고되어 있다(위의 문헌). 그런데, 진통작용이 없다고 보이는 prim-O-glucosylcimifugin이 혈중에서 cimifugin으로 대사되어 작용하는 prodrug이라고 보면, 방풍의 경우 이들 성분들에 의해 효능을 나타낼 것이라고 추론이 가능하다. 그러나 또 많은 양으로 함유되어 있는 coumarin 계열의 화합물들은 물 추출물에서는 거의 나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방풍의 효능은 이들 배당체들에 의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향후에도 방풍의 효능을 논할 때에는 이러한 성분을 이용하여 논의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최근의 당귀수산(當歸鬚散)의 물 추출물을 이용하여 동시분석을 진행한 결과로부터도 유추가 가능하다. Seo 등은 당귀수산에서 decursin을 정량하지 않고 nodakenin을 정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Seo and Shin, Pharmacogn Mag. 2015; 11: 555-61), 이는 nodakenin이 많은 양으로 검출되기 때문일 것이다. , nodakenin이 많은 양(4.06 mg/g)으로 검출되었으며, 작약에 함유되어 있는 paeoniflorin 역시 많은 양으로 검출된다(13.7 mg/g). 그러나 감초의 경우에도 liquiritigenin이 미량으로 검출되고 이의 배당체인 liquiritin이 많은 양으로 검출된다는 사실로부터도 동일하다.

 

 

본초 연구의 미래전망

 

지금까지 성분으로부터 본초의 효능을 파악하고자 하는 수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아직까지 성분으로 그 약물의 본초학적 효능을 제대로 설명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표성분보다는 효능성분으로 한약재의 표준화를 목표로 출범했던 한약재 평가기술 과학화 연구사업단도 중단되어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로 한약재의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제 본초의 효능을 새로운 관점으로 다시 조명되어야 할 시점에 왔다. 탕액(湯液)으로 복용하는 처방의 효능을 논하면서, 탕액에서는 검출이 되지 않는 성분으로 처방의 효능을 설명할 수도 없고 설명해서도 안된다. 그렇다면 누가 이러한 일을 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러한 시도는 개인이 할 수 없는 부분으로 정부 차원에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하는 부분이다. 한약재 평가기술 과학화 연구사업단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지원으로 이루어진 사업이기 때문에 그 정도의 업적을 도출할 수 있었다고 판단된다. 또 다른 문제는 탕액에 함유되어 있는 수용성 성분에 대한 연구가 지용성 성분보다 매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천연물화학 연구자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쉽게 풀릴 수 있는 부분으로 생각된다.

 

그러면 물에는 잘 용출되지 않고 비극성 용매에서만 용출되는 성분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특히 한방처방에는 주수각반(酒水各半)으로 전탕하여 복용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경우 비극성 용매에 추출되는 성분들도 상당한 약효를 발휘할 것으로 추론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오늘날 사용되고 있는 의약품의 약 40%가 천연물 유래 의약품이고 보면 천연물에 함유되어 있는 기지 또는 미지의 성분들은 신약 창출의 보고이며, 오늘날에도 천연물화학자들이 천연물에서 새로운 성분을 찾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전글 Simple Life
다음글 다음글이 존재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