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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자의 죽음에 익숙해지면서 주치의가 돼간다
  • 날짜 : 2009-04-21 (화) 17:06l
  • 조회 : 12,229
벌써 9월이다. 올해도 절반이 넘게 훌쩍 지나가버렸고, 이제 병원 생활도 얼마 남지 않았다.

지난 병원 생활들, 인턴 때부터 지금까지를 되돌아 보건데, 제일 힘들었던 시절은 레지던트 1년차 때가 아닐까 싶다.

‘인턴시절이 아니고?’라고 의야해 할 분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물론, 육체적으로는 인턴시절이 힘든 게 맞다. 며칠 밤을 잠도 못자고 일하곤 하니까. 하지만 감히 레지던트 1년차 때가 가장 힘들다고 말하는 건‘주치의로서의 중압감’때문이다.

환자의 치료뿐만 아니라 보호자와의 관계 형성도 잘해야 하고 병동의 간호사들하고의 업무상 마찰의 조절에도 능해야 하며 인턴 교육까지 해야하기 때문이다. 또 모든 차트의 오더란에 자신의 서명이 들어가는 순간 그 책임감이라는 것은 안 겪어본 사람은 알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필자의 병원에는 노인 중풍 환자가 대부분인 탓에 노인들은 그야말로‘밤새 안녕’아닌가.

환자의 죽음에도 맞서야 한다. 한방병원에서는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아예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니까 주치의를 하면서 가지는 바람 중 하나는 자신이 환자가 사망하는 일이 자신에게 생기지 않는 것이다. 타인의 죽음이라는건 될 수 있으면 경험하지 않는게 좋지 않을까.

필자의 병원에서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는 크게 3가지로 정도로 분류해 볼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중풍 초기의 생명이 위험할 정도의 뇌손상이 있는 환자인 경우이다. 예전에는 이런 환자들이 어느 정도 있었지만, 요즘에는 이런 환자들은 거의 초기에 양방병원으로 전원되는 경우가 많아서 그리 많지는 않다.
두 번째 경우는, 말기 암 환자의 경우다. 말기암 환자의 경우, 환자 및 보호자 그리고 주치의까지도 죽음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기 때문에 그나마 낫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이 참 어쩔 수 없는 경우인데 주치의로써 할 것을 다했는데도 생겨버리는‘급사’다. 중풍환자 중에는 심장 쪽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고 그로 인해 약을 복용하고, 주기적으로 검사를 하고, 심장 질환에 대해 치료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EART ATTACK’은 발생하니, 응급처치를 해도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럴 때 주치의가 느끼는 정신적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는데 주치의라고 하지만 필자는 아직 어리다고 말할 수 있는 나이 아닌가. 타인의 죽음에 익숙하지 않은 나이에 자신이 담당했던 환자가 죽는다는 것은 큰 충격일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또 죽음에 익숙해지고 무뎌져 가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의사가 되어가고, 나이를 먹어가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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