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은 현장친화적인 의료… 응급 및 재난현장에서 효율적 활용 가능
국가 응급의료체계 포함 위해선 공직한의사 확충 등 공공의료 강화돼야
박완수 수석부회장, “사고 가족들 슬픔에서 벗어나기를 두손 모아 기원”
본란은 세월호 참사 이후 진도에서 희생학생들의 가족 및 잠수사들을 대상으로 의료봉사에 지속적으로 나섰던 대한한의사협회 박완수 수석부회장으로부터 향후 응급의료체계에서의 한의진료 활용 방안 등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주>

“세월호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앞뒤 물불 가리지 않고 사고 현장을 찾아 밤낮 가리지 않고 의료봉사에 참여해주신 모든 회원들과 직접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한약 등을 기증해주신 모든 회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러한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없었더라면 100일이 넘는 한의진료봉사는 이뤄질 수 없었을 것입니다. 아울러 아직 사고가 마무리되지 않고 있는데, 하루 속히 좋은 해결책이 마련돼 사고가족들이 슬픔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기를 두손 모아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전 국민을 슬픔에 잠기게 한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100여일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10명의 실종자들이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많은 국민들이 진도 참사현장에서 팔을 걷어붙이고 봉사에 참여하며 유가족들의 슬픔을 나눴다.
한의계도 국가적·국민적 재난에 의료인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 위해 사고 당시부터 현재까지 팽목항과 진도실내체육관은 물론 구조작업이 진행 중인 바지선에서도 한의진료소를 운영하며, 사고가족은 물론 잠수사, 자원봉사자 등의 건강을 돌보는데 앞장서 왔다. 하지만 바다에 대규모 민간여객선이 침몰한 사고의 특성상 의료봉사가 장기화되면서 많은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다.
심신 불안, 근골격 운동장애 등 한의진료 장점 십분 발휘
대한한의사협회 박완수 수석부회장은 “바다에서 구조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탓에 파도나 풍랑 등으로 인해 사고수습이 지연되고 있어 의료봉사 역시 자연스레 장기화될 수밖에 없었다”며 “양방의 경우 응급의료기금이나 응급의료센터 등이 있어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한의계의 경우에는 협회나 회원들의 기증에만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의료봉사가 장기화 되면서 진료인력을 비롯한 침, 한약 등 의료물품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의진료는 심신의 불안이나 근골격 운동장애, 급속한 체력 저하, 열악한 현지 사정으로 인한 질병 및 예방 등에 긴급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강점을 십분 활용,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박완수 수석부회장은 “외상으로 인한 응급상황은 크게 물리적 외상과 심인성 외상으로 나눌 수 있는데, 봉합이 필요한 자상이나 창상, 출혈, 절단, 피부조직 및 내장 손상 등의 물리적 외상은 양방의 응급의료가 적합하지만 그 외에 후유증으로 나타나는 근골격계 통증, 급작스런 졸도, 불안, 초조 등의 심인성 외상은 한의약적 치료로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며 “또한 근골격계 질환, 심리적 불안번조, 불면증 등 응급상황에서 파생되는 질환들 역시 한의약적 치료가 강점을 가질 수 있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근골격계 통증·운동장애 등의 질환에 대한 한의약적 치료효과는 이미 많은 국민들이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며, 또한 천황보심단·소합향원·우황청심환 등은 놀란 것을 가라앉혀 마음을 안정시키는 등 심적 불안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이와 함께 장기간 외부에서 활동하는 탓에 빈번하게 발생하는 호흡기질환에는 갈근탕이나 소청룡탕 등을 활용할 수 있으며, 또한 심리적 불안에 따른 급체나 식욕저하, 설사 등 심인성 소화장애에도 한의치료가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박완수 수석부회장은 “양방의 응급의료는 심폐소생술 등을 실시하며 대형병원으로 이송하는데 주안점을 두는 반면 한의치료는 현장에서 즉시 처치하고 현장에서 발생한 환자를 그곳에서 치료해 다시 현장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현장친화적인 치료가 가능하다”며 “또한 대형기기나 시설, 고도의 장비가 필요한 진료가 아니기 때문에 응급현장에서 효율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의료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바지선에서의 한의진료 역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바지선에서 한의진료가 실시되기까지 ‘침을 맞으면 그 구멍으로 물이 들어간다’는 불합리한 부정적 시각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잠수사들이 직접 진료를 받으면서 진통 효과나 결림·피로 완화 등에서 효과를 직접 체험하게 되는 등 한의진료의 효과를 그들에게 직접 각인시켜 줄 수 있었다.
박 수석부회장은 “몸 안에서 질소가스가 혈액에 많이 포함돼 발생되는 ‘잠수병’은 한의학적 개념으로는 ‘풍병’이나 ‘비병’의 개념과 유사하다”며 “이에 따라 거풍·활락·지통하는 약이나, 기체 및 근육의 피로를 풀어주고 빨리 회복하게 하는 강근골하는 약과 함께 침 치료를 통해 기혈순환을 도와주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잠수사들 결림, 피로 완화 등 한의약 효과 직접 체험
이렇듯 재난상황의 응급의료에서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한의약이지만 국가적인 응급의료시스템에서는 철저하게 소외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키 위한 방안으로 박완수 수석부회장은 ‘공직한의사 인력의 확충’과 ‘한의사의 역량 강화’를 꼽았다.
“한의학이 국가 응급의료시스템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공직한의사의 수를 늘리는 등 한의공공의료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 양방의 경우 국공립병원이나 메이저급 병원들이 돌아가면서 진료를 시행하기 때문에 의료봉사가 장기화 되더라도 문제가 없지만, 한의계에서는 민간자원봉사의 한계를 뒷받침할 공공의료인력이라고 해봐야 국립의료원 한방진료부나 부산대한방병원 이외에는 전무하며, 보건소에 근무하고 있는 공직한의사들 대부분이 계약직으로 신분이 보장돼 있지 않아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자원봉사까지 참여할 여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이렇듯 한의계에는 공직한의사가 너무나도 모자란 현실이기 때문에 국가 응급의료시스템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부분이 시급히 개선돼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한의사의 응급의료 및 재난의료의 역량을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한의과대학에서부터 응급의학 분야에 대한 비중을 높이는 한편 보수교육을 통해서도 지속적으로 교육해 나간다면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한의학이 더 큰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트라우마센터 한의계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 중
이와 함께 박완수 수석부회장은 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건립할 예정인 트라우마센터에 한의계가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협회 차원에서 노력할 계획임을 밝혔다.
박 수석부회장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는 심인성·정신적인 치료나 상담이 많이 필요한데, 한의학에서는 이미 경자평지요법이나 오지상승요법 등 정신적 치료법이 명시돼 있는 만큼 이러한 부분에서 한의학적 치료나 정신적 상담이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한의학은 몸과 마음을 따로 보지 않고 연결해서 보는 심신통합적인 진단과 치료를 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효과적인 치료와 회복에 충분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박완수 수석부회장은 “진도 현장에서 사고 초기부터 있었던 사고가족들이 아직까지도 현지에 남아 있는 것을 볼 때면 가슴이 너무나도 아프다”며 “실종자 모두가 가족의 품으로 하루 속히 돌아오기를 바라며, 한의회원뿐 아니라 모든 국민들이 세월호 사태가 잘 해결될 수 있도록 꾸준한 관심과 지원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박 수석부회장은 “한의공공의료가 하루 빨리 확충돼 물론 있어서는 안되겠지만 혹시나 발생할 재난이나 응급상황에서 한의약을 통해 피해자들이 좀 더 빠른 회복과 적절한 치료가 시행할 수 있도록 한의계의 참여가 제도적으로 보장되기를 바란다”며 “이는 결국 국민들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를 바라며, 협회 차원에서도 한의공공의료 확충뿐 아니라 한의학의 응급 및 재난 의료체계가 더욱 발전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