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한의사협회(회장 윤성찬·이하 한의협)가 자동차보험 상해 12∼14등급에 해당하는 교통사고 피해자의 8주 초과 진료 여부를 가해자측 보험사가 결정토록 하는 국토교통부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비상식적인 졸속입법이라며, 이에 대한 철회가 이뤄질 때까지 총력 투쟁할 것임을 천명했다.
한의협 중앙회와 시도시부는 10일 세종시 국토교통부 앞에서 300여 명의 한의사 회원이 모인 가운데 김석희 홍보이사의 사회아래 ‘국토부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자배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악 철폐를 위한 중부권역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궐기대회에서 한의사 회원들은 ‘STOP 기습입법!', '치료권 침해하는 8주 제한 폐기하라!’, ‘셀프심사 OUT!', '환자 건강권 보장하라!’, ‘교통사고 피해자의 진료권 박탈행위를 중단하라!’, ‘국민건강 외면하고, 보험회사 배불리는 국토부의 기습 입법예고 즉각 철회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국토교통부의 잘못된 행태를 비판했다.
서만선 자배법 하위법령 개악 철폐 TF위원장(한의협 상근부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우리는 ‘교통사고 피해자가 8주 초과 치료를 원할 경우 추가서류를 직접 보험사에 제출하고, 추가 치료 필요성에 대해 보험사가 판단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국토부 입법예고의 부당함을 알리고,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면서 “정부가 보험사의 눈치만 보며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며, 우리 3만 한의사들은 이 부당한 입법을 절대 좌시하지 않고 교통사고 환자의 진료받을 권리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라며 규탄했다.
또한 윤성찬 회장은 인사말에서 “한의협은 지난 2월 정부 관계부처의 합동 보도자료 발표 직후부터 강력히 항의하고, 관련 부처와 언론, 국회를 통해 다각적으로 대응해 왔지만, 국토부는 의료계의 우려를 끝내 외면하고 말았다”면서 “오늘 이 궐기대회는 국민의 건강권과 의료인의 진료권을 지키기 위한 절박한 외침이며, 부당한 제도에 맞서는 정당한 저항으로 우리의 단결된 의지와 행동은 반드시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유옹 한의협 수석부회장은 성명서 낭독을 통해 “국민건강을 책임져야 할 정부가 보험사의 비용절감을 대변하며 치료 중인 환자에게 자료 제출을 강요하고, 치료 연장 여부를 보험사 셀프심사에 맡기겠다는 것이 과연 상식적인 일인가?”라고 반문하며, “교통사고 환자와 의학적 판단을 하는 의료인을 제외하고 환자의 치료 여부를 가해자측 보험사가 결정한다는 것은 법과 의료의 기본과 목적을 훼손하는 반윤리적이고 비상식적인 조치”라고 지적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또 “만일 국토교통부의 이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결국 자동차보험으로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은 건강보험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고, 그 재정 부담은 오롯이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라며 “우리는 공공보험인 건강보험의 재정을 악용해 민간 보험사의 배만 불리는 구조적 문제를 결코 용납할 수 없으며, 의료계 및 시민사회단체와 공개적으로 협의하고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제도개편안 마련을 공식적으로 요구한다”고 호소했다.
특히 이날 서만선 위원장과 정유옹 수석부회장, 박용연 대전시한의사회 보험이사는 보험사의 셀프심사로 인해 보험사의 이익은 커지고, 교통사고 환자는 불편함과 함께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진료를 포기해야 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삭발을 강행하는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서 위원장은 “이번 사태는 1993년 한약분쟁과 비슷한 상황으로, 즉 그때도 지금과 같이 정권교체기에 한의계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입법예고를 했으며, 전국 한의사 회원들의 분노를 일으켰다”면서 “정권교체기마다 한의계와 관계된 법률 개정안 이야기만 들으면 트라우마처럼 한약분쟁이 떠오르는데, 이런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며, 이번 국토부의 자배법 하위법령 개정안에 대한 강력한 항의와 즉각적인 폐기를 촉구하는 결의를 담아 삭발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정 수석부회장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분노때문에 처음으로 머리를 깍는다. 이 삭발이 국민의 치료권을 보장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머리뿐만 아니라 몸도 바치겠다”고 밝혔으며, 박 보험이사는 ‘치료 제한 기습 입법, 국민건강 포기 선언!’, ‘셀프심사 아웃, 환자 건강권 보장하라!’라는 구호를 제창하며 삭발에 임하는 의지를 보였다.
한편 한의협은 지난달 20일 국토교통부가 기습 입법예고를 강행한 행태에 반발해 즉각 성명서를 배포하고, 이번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이 무효화 될 때까지 국민의 건강과 진료권 수호를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임을 천명한 바 있다.
출처 : 한의신문(https://www.ako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