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윤영혜 기자]나고야의정서는 지난 1993년 발효된 생물다양성협약을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협약이다.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10차 회의에서 채택돼 나고야의정서라고 불린다. 생물다양성 협약의 핵심은 ‘생물자원’에 대한 주권이 각 국가에게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해당 생물자원을 복제, 재생산할 경우 ‘소유주’인 각 국가에게 ‘로열티’를 지급해야 하는 의무가 발생한다. 로열티의 범위는 ‘유래물’에도 적용된다. 예를 들어 특정 질병에 효과를 보이는 아프리카의 △△지역에 사는 ‘△△살모사의 독’을 유전공학을 통해 재합성해서 생산할 경우, 해당 △△지역에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이익 공유의 의무가 발생하는 셈이다. 그런데 바로 이 부분에서 나고야의정서에 대한 오해가 발생할 수 있다. 첫째, “나고야의정서가 체결되면 수입 생물 소재에 대한 가격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생물소재에 채집 및 판매를 하는 과정에서 해당 소유자와 이익이 공유되고 있기 때문에 별도의 이익을 공유해야 할 이유가 없다. ‘이익 공유’의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는 ‘무단으로 해당 유전자원을 복제·재생산’할 때다. 직접 구매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이익 공유를 뜻하므로 추가로 별도의 비용을 지급할 이유가 없다. 둘째가 “전통지식에 대한 로열티가 발생해서 중국산 한약재의 가격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이 또한 가능성이 낮다. 생물다양성 협약 전문에는 명백하게 ‘전통적인 생활양식을 취하는 원주민사회 및 지역사회가 보유한 생물 다양성의 보전 및, 지속가능한 이용과 관련된 전통지식’ 생물다양성 협약. 전문(출처: 한국 ABS 연구센터 http://www.aris.re.kr/ABS/) 전통적인 생활양식을 취하는 원주민사회 및 지역사회는 생물자원에 밀접하게 그리고 전통적으로 의존하고 있음을 인식하며 생물다양성의 보전 및 그 구성요소들의 지속가능한 이용과 관련된 전통적인 지식·기술혁신 및 관행의 이용에서 발생되는 이익을 공평하게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함을 인식하고’ 으로 한정하고 있다. 즉, 단순히 해당 지식이 오랫동안 사용된 것이 아니라 관련된 ‘전통적인 삶’의 양식이 ‘해당 생물종의 보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원주민 혹은 지역사회의 전통지식’만이 나고야 의정서의 전통지식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초가집을 짓고 사는 부족이 지붕에서 굼벵이를 잡아 간염에 사용한다고 치자. 초가집을 짓고 사는 삶 자체가 굼벵이의 삶의 터전을 제공하고 있고, 생물다양성 보전에 기여하고 있으므로 전통지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코뿔소를 사냥해서 서각을 해열제로 사용하는 행위는 전통적인 생활양식을 취하는 원주민 사회, 혹은 지역사회로 볼 수 없으며 코뿔소의 생활 환경 보전 및, 생물다양성 보전에 전혀 기여하고 있지 않으므로 나고야의정서의 전통지식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중의학의 전통지식은 이미 산업화된 중약재의 생산체계를 갖추고 있고, 원주민의 삶의 양상과 아무 관련이 없어 이러한 나고야의정서의 ‘전통지식’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므로 중의학 서적 등을 근거로 전통지식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주장하고 이를 기반으로 로열티를 요구하는 것은 나고야의정서와 별개로 중국이라는 개별국가의 ‘내부 입법’ 이후 통상 압력을 가하는 형태의 강요는 가능할 수 있으나 나고야의정서라는 국가 간 협약에 근거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세 번째 화장품 회사, 혹은 제약회사등이 ‘중국산 한약재를 구매해서 유효성분을 추출해서 사용할 때 로열티를 중국에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또한 가능성이 매우 낮다. 로열티의 개념은 유전자원, 혹은 그 유래물을 복제해서 사용할 때 발생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며, 해당 유전자원을 구매해 추출하는 경우는 ‘구매 행위’ 자체에서 이미 ‘이익 공유’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관련해서 추가적으로 로열티를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예를 들어 ‘퀄컴’의 통신칩을 구매한 삼성이 ‘1000만원짜리’ 프리미엄 폰을 만들어서 판매한다고 해서 이미 판매한 ‘칩’ 가격외에 1000만원짜리 프리미엄 폰의 10%인 100만원을 추가 로열티로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실제 나고야의정서는 언제 적용될까? 예를 들어 국내 제약회사가 ‘티벳’에 자생하는 ‘홍경천’이라는 약초를 연구해서 ‘특정 물질’이 뇌종양에 효과가 있음을 밝혔다고 했을 때, 이로 인해 ‘티벳’에 ‘홍경천 대량 재배단지’가 생기고, 티벳의 정상적인 자연환경이 훼손되는 것은 ‘생물 다양성 협약’에 위배되는 행위이므로 추진되기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홍경천을 국내에 대량재배단지를 조성해서 생산하거나, 혹은 해당 ‘특정 물질’만을 재합성 해서 사용하게 되면 ‘티벳’지역에서는 ‘자국의 생물자원’으로 인해 발생한 이익임에도 불구하고 ‘환경 보호’를 위해 대량 재배를 하지 못해 이익을 누리지 못하는 문제가 생기므로, 홍경천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의 일부를 티벳 지역의 원주민에게 공유하도록 함으로써, 원산지의 생물종 다양성도 보전하고, 제약회사의 이익도 보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본 협약의 취지다. 또 전 세계적으로 분포하는 생물종이라 하더라도, 특정 원주민만이 보유하고 있는 ‘고유한 전통지식’을 이용해서 기업이 돈을 벌었다면, 해당 지식에 대한 지적재산권이 비록 특허청에 등록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의 소유권을 인정하고, 이익을 공유함으로써 생물자원과 전통지식의 해적행위를 방지하고 정당한 이익공유를 하도록 하는 것이 본 협약의 취지라 할 수 있다. 아직까지 ‘전통지식’이나, ‘원주민’의 명확한 정의는 합의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분쟁사례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데 ‘독립된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부족단위’(아프리카 훈족 등)의 경우는 기존에 출원된 특허의 ‘이익공유’의 주체인 원주민의 지위를 인정받고 있으나, 인도의 전통 지식 등 국가 단위의 경우는 이익공유 대상인 원주민의 지위는 인정받지 못하고, 다만 전통지식의 소유를 제한적으로 인정받아, 기존에 출원된 특허를 ‘취하’시킬 수 있는 방어적 지위 정도로 인정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감안할때 따라 중의학, 인도의학 등 특정 국가가 보유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전통지식에서 발전된 지식의 경우 특허를 등록하는 것은 앞으로 더 까다로워질 우려가 있으며 특정 소수민족 등 소유자가 상대적으로 명확한 경우에는 전통지식 보유자를 ‘선행특허 보유자’의 지위로 인정해 이익을 공유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향후 생명공학의 연구 성과를 기술 이전 하고자 하는 연구자나 상품화하려는 기업에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으므로, 특허 출원 및 연구단계에서부터 연구 아이디어와 연구에 활용된 생물자원의 출처를 명확히 기록하는 등의 방어적 준비가 필요하다. 또한 국가 차원에서는 국내 연구자들이 해외와 전통지식 분쟁이 발생하였을 경우, 유사한 한국의 전통지식이 있음을 근거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활용 가능한 전통지식 DB를 제공해 국내 생명공학 산업의 위축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정리=윤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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