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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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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른에 떠나는 여행을 꿈꾸며…
  • 날짜 : 2009-04-21 (화) 17:04l
  • 조회 : 12,296
여자나이 서른에 떠난 여행은 어떨까. 서른 넘은 여자는 결혼하는 것과 여행을 떠나는 여자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아마 나는 여행을 떠날 여자가 아닐까.

서른 나이는 전공의를 끝내고 사회로 진출할 쯤으로 생각된다. 인생의 무대에서 또 하나의 과정을 지나쳐온 내 바뀐 모습을 여행에서 찾는 재미는 쏠쏠하다.

서른에 임박한 나이지만 벌써부터 궁금하다. 서른에 떠난 여행에서 난 무엇을 보고 느끼고 무엇에 감동할 수 있을지.

전공의 1년차 시절, 공휴일이 끼어있는 주말을 이용해 7박8일간의 일본 휴가를 홀로 다녀온 적이 있다. 마침 병동에 입원환자도 없었고 당시 3년차 선생님께서 외래 어시스트 커버도 해줘 가능한 일이었다.

일본어를 모르는 덕분에(?) 철저한 사전 준비를 거쳐 그야말로 철두철미한 계획을 세웠던 해외여행이었다. 필자가 사는 부산에서는 일본 큐슈 후쿠오카의 하카타항으로 가는 고속선이 있어 3시간이면 일본에 도착하니(부산과 후쿠오카의 거리는 230여 km 밖에 되지 않는다), 당연히 고속선을 타고 가기로 결정했었다.

또한 큐슈레일패스 7일 권을 사서 큐슈지방을 7박8일 동안 여행하기로 했다. 후쿠오카-벳부-유휴인-구마모토-미야자키-가고시마-나가사키에서 다시 후쿠오카까지 그야말로 큐슈를 한 바퀴 도는 여행이었다.

여행기간 동안 아침 기상 6시, 취침 밤 12시, 하루 평균 교통수단 이용시간 4시간, 평균 보행시간 5시간… 외롭고 고된 일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자유롭고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여행을 다녀온 후에도 각종 여행정보 사이트와 여행사 사이트를 매일 체크하는 버릇이 생기는 등 한 동안 행복한 비명을 질러댔다.

알랭드 보통의‘여행의 기술’에서도 여행은 떠나는 것보다 그 준비 과정에서 더 큰 기쁨을 얻는다고 했던가. 그런데 작년과 올해는 어찌된 영문인지 휴가도 다 쓰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여행다운 여행을 한번도 해보지 못했다.

아직 죽을 만큼은 목마르지 않은가보다(필자의 책상에 꽂혀있는 책들 중 하나의 제목이 ‘떠나라 죽을 만큼 목마르다면’). 그 짜릿한 기쁨을 이 글을 쓰는 지금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다.
서른에 떠나는 여행을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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