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국민을 충격과 슬픔에 빠뜨려 놓았던 세월호 침몰 사고의 희생자 구조작업이 연일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대한한의사협회가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러 있는 진도군 실내체육관에 한의진료소를 설치, 실종자 가족들의 아픔을 나누는 한편 그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24시간 돌보고 있다.
실내체육관 실내 3번 게이트 옆 의무실에 설치돼 있는 한의진료소에서는 24시간을 3교대(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오후 4시부터 자정까지, 자정부터 익일 오전 8시까지)로 나눠 20여 명의 한의사와 한의대생, 협회 의무팀 등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의료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진도군에서는 이번 한의진료의 호응이 높아지자 지난달 25일부터는 체육관내 한의진료소를 추가로 설치할 것을 제의, 현재 2군데의 한의진료소가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료봉사팀의 팀장을 맡아 진료를 총괄하고 있는 전 모 한의사는 “현재 3교대 각 시간별로 2명의 한의사가 2개의 한의진료소에서 각각 8시간씩 진료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밖에도 오전 7시와 오후 10시 하루 2차례에 걸쳐 실종자 가족들을 대상으로 회진을 실시, 추가 처치가 필요할 경우 진료실로 안내하고, 환자별 차트를 작성하는 등 슬픔에 빠진 실종자 가족들의 건강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전 팀장은 사고 소식을 접한 뒤 곧바로 진도군청과 진도군보건소 등과 연락을 취하고, 한의사 온라인 커뮤니티인 ‘한의쉼터’를 통해 의료봉사 참가자를 모집, 지난달 18일부터 진도군 실내체육관에 상주하며 한의진료소를 설치·운영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색내기 싫어 이름은 밝히고 싶지 않다”는 전 팀장은 “많은 선후배 한의사분들의 참여와 물품 지원, 협회의 적극적인 협조 덕분에 현재 한의진료가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진도군에서도 한의진료소에 환자가 몰리자 추가로 1개 진료소를 확대 설치해 주었다”고 설명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한의진료소에 한의약품 및 의료용품과 진료진 숙소를 제공하고 있으며, 김필건 회장도 두 차례에 걸쳐 진도를 방문해 현지 진료진들의 의료봉사 활동을 격려했으며, 박완수 수석부회장은 직접 진료활동에 참가하며 한의진료 총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와 관련 김필건 회장은 “이번 사고로 인해 온국민이 비통함에 잠겨 있으며, 물론 한의계도 예외는 아니다”라며 “협회 차원에서 이번 사고로 고통을 받고 있는 분들에 대한 한의 의료봉사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이번 사고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달 26일 오전 진료를 맡고 있는 정성체 한의사는 “세월호 침몰 사고 이틀 뒤인 20일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장례 후 이곳에 내려와 49재를 지내는 마음으로 봉사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한사람 한사람을 부모님을 진료하는 마음으로 성심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의진료소에는 현재 매일 30명 이상의 실종자 가족들과 자원봉사자, 정부 관계자 등이 근골계질환을 비롯 스트레스로 인한 소화불량, 가슴 답답함, 인후통, 탈진 등을 호소하고 있어 이들을 대상으로 밤낮을 잊은 한의 의료봉사가 계속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실종자 수색에 최선을 다해 나서고 있는 잠수대원들의 피로 회복을 위한 쌍화탕 등 한약이 회당 1000개 가량이 지속적으로 지원되고 있다.
이날 진료를 받은 김 모씨는 “여기 계신 한의사분들이 자기 일처럼 내려와 새벽까지 봉사해주시는 모습에 큰 위안이 된다”고 밝혔다.
현지에 직접 내려가 봉사의 손길을 나누고 있는 한의사들 외에도 전국 각지에서 많은 회원들이 쌍화탕, 계마각반탕, 가미온담탕, 쌍패탕 등의 한약제제를 보내주고 있다. 특히 사고 발생 10여 일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후원물품 기증의 손길은 더욱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경희대명인한의원 이형범 원장이 계마각반탕 550개와 향사평위산 550개를 보냈으며, 길벗한의사모임에서 소요산 300개를 보내는 등 24~25일 이틀 동안 140여 곳에서 후원물품이 도착, 26일 현재 200여 곳에서 나눔의 손길에 동참했다.
한편 진도 실내체육관 외에도 세월호 실종자 수색작업이 벌어지고 있는 진도 팽목항에도 원광대학교 한의의료봉사단이 진료소를 설치·운영하고 있으며, 안산올림픽기념관의 임시합동분향소에서도 안산시 의약단체협의회가 한의진료를 포함한 의료지원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