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바지선 투입, 한의치료로 잠수요원 건강관리
재난현장서 한의약 응급의료 역할 한 몫
세월호 사고 해역의 악조건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구조 일선의 영웅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열악한 조난구조 체계로 인해 벌어진 더딘 수색과 구조작업을 지켜보고 있는 국민과 유가족들의 애끓는 원망과 분노 앞에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던 잠수요원들.
6일 한 민간잠수요원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과 함께 이들이 숨죽여 감내하고 있었던 말못할 고통들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잠수요원들의 안전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자 뒤늦게 정부도 서둘러 잠수요원 안전관리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작업이 장기화 되면서 잠수요원들의 부상도 속출하고 있다.
민간잠수요원 1명이 손가락 등의 마비 증상을 호소해 잠수병 전문병원으로 이송됐는가 하면, 또 다른 잠수요원도 병원에서 감압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고통을 호소하는 잠수요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충원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민간잠수요원을 모집하는 한편 잠수요원들에 대한 의료지원을 강화키로 했다.
19일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사고해역 잠수요원에 대한 의료지원을 위해 현장 바지선에 한의사를 추가 배치하고, 기존 물리치료사 3명 외에 7명을 추가로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1일 오전 9시부터 사고해역 바지선에 함승관 한의사(한의진료소 의료지원 팀장)가 투입돼 잠수요원들의 건강을 살피고 있다.

하지만 함승관 한의사가 배치되기까지 현장에서 보여준 정부의 의사결정 과정은 답답하기만 했다.
해양수산부가 한의사 배치를 거듭 요청하는 상황에서 보건복지부는 모르쇠 내지는 기다리라며 소극적인 모습으로만 일관한 것.
기다리다 못한 한의진료소 의료지원팀장이 직접 팽목항과 진도체육관의 의료지원단을 쫓아다니며 일을 풀어가는 모습은 여전히 변함없는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에 실망을 넘어 실소를 자아냈다.
“부처간 소통이 안돼 직접 여기저기 다니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자원봉사하는 우리도 정부의 일 처리가 답답한데 유가족들은 오죽했겠는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의진료소에서 유가족들과 자원봉사자들을 진료한 한 한의사도 “정부에서 움직이는 시스템을 보니 뒷북치는 식이다. 자원봉사자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데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현장을 아는 분이 책임감을 갖고 일관성 있게 지원, 관리해줘야 하는데 아쉬움이 크다. 유가족들이 왜 분통을 터트릴 수밖에 없는지 절감했다”고 지적했다.
바지선에 한의사가 투입된 것도 늦은감이 있다.
구조 초반에 잠수요원들이 피로 회복에 효과가 좋은 쌍화탕을 애용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요청이 뜸해졌다.
지원된 쌍화탕을 복용하고 설사를 한 사람이 있어 약이 상한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던 것.
사실 쌍화탕에는 소화기가 약한 사람의 경우 설사를 할 수 있는 한약재가 들어있다.
그래서 한의사가 잠수요원들의 상태를 살펴 복용하도록 했어야 했지만 한의사는 배치되지 못했었다.
더구나 근력 회복과 피로 회복 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한의치료로 구조 초반부터 잠수요원들을 지원했더라면 잠수요원들의 고통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란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양의사들이 침을 맞으면 물이 들어갈 수 있다며 한의사 배치를 반대했다고 전해지지만 그동안 한의약은 근골격계 질환 치료에 좋은 치료효과를 보여왔을 뿐 아니라 침 치료가 아니더라도 한약이나 테이핑(taping)요법 등으로도 충분히 도움을 줄 수 있다.
테이핑요법의 경우 약물 처리를 하지 않은 테이프를 피부(근육과 경혈)에 부착시켜 피부에 흐르는 전자기적인 흐름을 조절, 근육의 균형 조절 및 부상 예방, 관절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새로운 치료법으로 자연치유능력을 극대화시켜 신체의 일정한 안정을 추구하는 방법이다.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이재동 침구과 교수에 따르면 한의학적인 음양이론과 양의학적인 근육동작이론을 중심으로 원위부·근위부 관계, 협력근·길항근 관계, 상호협동·억제효과 및 인체운동의 밸런스이론이 복합적으로 바탕을 이루고 있어 근육의 과도한 수축과 긴장 및 경련 등은 완화시켜 주고 근육이 지나치게 약해져 있거나 이완된 곳은 강화시켜 준다.
이렇게 근육의 작용방향 조절을 통해 변형 근육의 교정과 통증 소실 및 완화의 작용을 함으로써 인체의 전반적인 균형을 바로잡아 주어 치료효과에 이르도록 해준다.
테이핑치료는 치료 중에 통증과 위험성이나 부작용이 없으면서 치료효과가 지속되는 장점을 갖는다.
한의사의 늦은 배치에 아쉬움은 남지만 이제라도 잠수요원들이 한의치료로 힘을 얻어 실종자 수색 및 구조작업이 하루라도 빨리 완료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