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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난의료지원 한의사 돋보이는 역할 수행
  • 날짜 : 2014-06-09 (월) 21:07l
  • 조회 : 6,507
자원봉사단체들 속속 빠져 나가도 묵묵히 진료현장 지키는 건강 파수꾼
실종자 가족 및 자원봉사자들 정신불안 등 증상 호소하며 진료실 찾아

팽목항, 그곳엔 아직도 깊은 바다와 같이 무거운 침묵과 슬픔이 드리워 있다. 3일 기준 16명의 실종자들을 애타게 기다리는 부모들의 애끓는 마음과 잠수사들의 사투를 건 작업에도 불구하고 큰 성과없이 하루하루 흘러가는 시간 속에 세월호의 아픔이 묻어 있다.
하지만 그곳에도 삶의 의지를 북돋고자 하는 희망의 손길이 있어 무거운 어깨의 힘겨움을 나누고 있다. 재난의료지원단(Disaster Medical Assitant Team)의 한의진료팀 활동이 주목되고 있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재난의료지원단과 협조 체계 아래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진도실내체육관 두 곳과 팽목항 한 곳, 그리고 잠수사들이 활동하고 있는 바지선 내 한의진료실 운영으로 돋보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진도체육관과 팽목항 부근에는 진도군 수산업협동조합, 안산시자원봉사단, 복지부-국립중앙의료원 현장종합진료실, 약사회, 물리치료사협회, 민간다이버지원센터, 행복약속봉사단 무료급식소, 한국해양구조협회, 진도군자원봉사센터 등의 관계자들이 남아있는 16명의 실종자 가족들을 지원하고 있다.

한의진료, 현장서 즉각적인 치료 효과로 호평받아

특히 한의진료실은 세월호 참사 초기부터 발 빠르게 구성, 운영돼 환자들의 안정과 건강을 돌보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다. 이는 한의진료 특성상 크고 작은 부상에 대면진료를 통해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 그들의 아픔을 직접적으로 어루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의진료팀은 환자들의 생체징후, 의식, 주증상, 질병구분(호흡기계, 순환기계, 신경계, 소화기계, 내분비계, 탈진, 근골격계, 정신적 위기), 처치(침 약침 뜸 부항 파스 테이핑 수기/추나 처방) 등을 꼼꼼히 기록한 뒤 환자 특성에 따라 소청룡탕, 소요산, 쌍화탕 등의 한약 처방과 맞춤 치료로 호평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진료결과는 매일 복지부 재단의료지원단 상황실에 보고되고 있어 향후 각종 재난시 꾸려지게 될 정부의 응급의료체계 시스템에도 한의의료가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는데 근거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실종자 가족들 대부분, “가슴 답답하고 잠 못잔다” 호소
 
지난 달 29일부터 31일까지 3일간 진도체육관에 머문 박승혁 한의사(경희대 한방병원)는 “많은 희생자 가족들이 거의 빠져 나갔기 때문에 진료실을 찾는 환자 대부분은 자원봉사자들이고, 그들 중 90% 이상은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실종자의 어머니께서도 진료실을 찾았는데, 그 분은 저혈압 증상과 머리가 아프고, 스트레스가 심해 잠을 자지 못했다. 이전에는 진통제를 복용하는 등 양방 처치를 받았으나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 분께 침 치료와 소요산을 처방했다. 이튿날 다시 찾아오셔서 모처럼 숙면을 취했다며, 한약 처방을 더 원하셨다. 이런 부분이 한의진료의 강점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장여진 한의사(동신대 한방병원)는 “실종자 가족들이 대개 호소하는 증상은 머리가 어지럽고, 가슴이 답답하다고 말씀하신다. 또한 식사도 잘 못하고, 불면에 시달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때에 한의진료는 맞춤 치료라는 장점을 발휘할 수 있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허리통증으로 한의진료실을 찾은 정모씨(55세)는 “허리가 계속 쑤시는 통증이 있어 참기 힘들었는데 침 치료로 많이 좋아졌다”고 밝혔다. 발목통증을 호소한 양모씨(28세)도 “발목이 삐어 제대로 걷지도 못해 다른 봉사자분들께 미안했는데, 이제는 한결 좋아졌다”고 말했다. 

또한 자원봉사에 참여한 이한결 학생(우석대 한의대 본2)은 “참사 현장에 직접와서 실종자 가족분들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며 “선배 한의사들의 곁에서 학생 신분으로서 환자들을 돌볼 수 있어서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현장을 방문한 김용익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한의진료실을 들러 “수고 많으시다. 정말 애쓰신다”며, 진료 한의사들의 노고를 격려했다. 김 의원은 “국민들이 불안을 느끼는 나라는 불행한 나라”라며, “안전한 나라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지에서 가장 많은 고생을 하고 있는 함승관 한의진료팀장. 그는 세월호 참사 초창기부터 진료팀장을 맡아 인력 배치 및 의료용품 조달 등 현지 의료봉사를 총괄하고 있다. 

향후 재난시에는 초창기부터 고정적인 한의인력 상주 필요

함승관 팀장은 “실종자 가족들이 많지 않다보니 여러 단체들이 속속 빠져 나가고 있다. 하지만 한의진료실은 실종자를 모두 찾는 그날까지 계속 운영돼야 할 것이다”라며, “다만, 어떻게 운영하는 것이 효율적인지는 한의사협회와 계속 상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만약, 향후에 이런 재난이 재발한다면 그때는 초기부터 한의인력을 고정하여 상주시킬 필요가 있다”며, “자원봉사 형태로는 인력 수급에 한계가 있고, 현지에서 관계 공무원 및 환자들을 대상으로 즉각적이고, 긴밀히 대처하는데 부족한 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진도 현지에는 아직도 삶의 희망을 담고자 하는 노오란 메모지가 여기저기 바람결에 나부끼고 있다. “힘들고 춥지 미안해, 기적을 바랄게, 언제나 그랬듯이 사랑해, 기적적으로 바닷물이 말라버리길~,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미안하고 또 미안하구나, 00야 사랑한다, 해줄 수 있는게 함께 울어주는 것 밖에 없어. 좋은 곳에 가서 편히 쉬거라.”
하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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