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에 따라 정신병원에 한의과를 둘 수 있도록 한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복지위(위원장 박주민)는 27일 전체회의를 열고, 제1·2소위원회에서 가결된 ‘의료법 개정안’ 등 69개 법안을 상정·의결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김문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월 대표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은 헌법재판소가 정신병원 내 한의과 설치·운영이 불가능하도록 한 ‘의료법’이 평등권을 침해하기에 ‘헌법불합치’로 판결함에 따라 해당 근거를 반영한 법안이다.
다만 해당 개정안은 △조산 인력 양성을 위한 ‘의료법 개정안(서영석 의원안)’ △대리 수술 방지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김선민 의원안)’과 병합해 하나의 ‘의료법 개정안(위원장 대안)’으로 가결됐다.
지난 2009년 개정된 ‘의료법’에선 모든 병원급 의료기관에 의·치의·한의 진료과 설치를 허용해 정신병원에서도 협진이 가능하도록 했었으나 2020년 개정으로 정신병원이 요양병원과 분리되면서 한의과 설치 규정만 제외, 이에 환자의 선택권과 병원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왔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월 정신병원 내 한의과 진료과목 추가 설치 및 운영이 불가능하도록 한 ‘의료법’ 제43조(진료과목 등) 제1항에 대해 “정신병원을 운영하는 자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김문수 의원은 헌재의 결정 취지를 반영한 개정안을 통해 정신병원에서도 한의과 진료과목을 추가로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개정안을 살펴보면 ‘의료법’ 제43조(진료과목 등) 제1항 중 “‘병원·치과병원 또는 종합병원’은 한의사를 두어 한의과 진료과목을 추가로 설치·운영할 수 있다”는 조문에서 ‘정신병원’을 추가하도록 수정했다.
또한 법안이 공포된 날부터 즉시 시행토록 해 환자들이 보다 신속하게 한의학적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으나 19일 열린 소위에선 보건복지부의 의견에 따라 헌법재판소에서 정한 개정시한(2025년 12월 31일)을 고려해 시행일을 2026년 1월 1일부터로 조정하도록 수정했다.
이는 정신병원에 한의과 진료과목을 추가 설치?운영할 경우 표시 가능한 범위, 시설?인력 기준 등 하위법령 개정이 필요하단 의견에 따른 것이다.
특히 보건복지부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에 따라 정신병원에서도 한의과 진료과목 설치·운영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복지부는 법안 검토의견에서 “이번 개정안은 헌재가 지난 1월 23일 ‘의료법’ 제43조 제1항에 대해 정신병원 운영자의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결정의 취지를 반영한 것으로 타당하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어 “2009년 개정의 본래 취지는 서로 다른 면허 종별 의료인이 협진할 수 있도록 해 환자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도록 하는 것이었다”며 “정신병원 배제는 입법 목적이 아니라 행정 분류 체계 변경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행 시점과 관련해서는 헌재가 정한 기한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개정안은 공포 즉시 시행토록 하고 있으나, 하위법령 정비 등을 감안하면 헌재가 정한 2025년 12월 31일을 시행 시점으로 수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윤성찬·이하 한의협)는 즉각적으로 국회의원들과 연이은 간담회를 통해 ‘한의 정신건강 전문가’를 정신건강정책혁신위원회 등 정부 정책과 공공의료에 참여시킬 것을 적극 건의해왔다.
한의협은 또한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통해 “다른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정신건강의학과 등 의과와 한의과의 협진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신병원에 대해서만 이를 허용하지 않을만한 사유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신병원에 한의과 진료과목을 설치·운영하더라도 이에 필요한 시설 장비가 갖추어진 상태에서 한의사에 의한 진료가 이루어지는 만큼 국민의 보건위생상 위해가 발생할 우려도 없다”고 적극 피력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도 “정신병원 내 한의과 진료과목 추가 운영이 환자들의 의료 선택권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면서 “한의과 진료과목 추가 시 기존 의료진과의 협력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므로 의료계 내 충분한 논의를 거쳐 구체적인 운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개정안을 지지했다.
실제 심평원의 보건의료빅데이터(‘23년 기준)에서 한의의료기관에 정신 및 행동장애(U22)로 진료받은 환자 수는 1만5569명에 달하고 있다.
한의계에선 국민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화병?불안장애?불면장애?치매?우울증?자율신경실조증?ADHD에 대한 한의 표준임상진료지침(Clinical Practice Guideline) 등을 개발·보급해오고 있으며, ‘한의사전문의 수련 및 자격 인정 규정’에 따라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를 배출해 치매국가책임제 등 국가 정신보건 정책에 참여해오고 있다.
한편 이번 개정안은 복지위 통과에 따라 이후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회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