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의과대 학교육 환경 논문에 가장 기여도가 높은 공동 제1저자를 인터뷰했다. 정한영씨에게는 학생 신분으로 논문 저술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한의학 교육에 바라는 점을, 김현호 박사에게는 이번 연구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DREEM 설문 채택 이유에 대해 들어봤다. “DREEM 설문, 전 세계 의학교육 환경 평가에 쓰이는 도구” 김현호 경희대학교한방병원 진단생기능의학 박사. [한의신문=민보영 기자] Q. 이번 연구에 참여하게 된 배경이 어떻게 되는지? A. 개인적으로 교육과 전공인 진단학에 관심이 많다. 그러다보니 추상적인 개념에 숫자를 부여해서 정량화하는 작업을 교육 분야에 적용해오는 데 관심이 있었는데, 마침 스스로의 교육 환경에 관심이 있는 한의과대학 학생들을 알게 됐다. DREEM 설문은 전 세계적으로 의학 교육을 평가하는 데 쓰이고 있는 지표여서 한의과대학의 교육 환경을 평가하는 데도 적절할 것으로 판단했다. Q. DREEM 설문은 380여명의 학생들 인식을 정리한 결과를 보여줬다. 연구방법으로 치면 양적 연구에 해당하는데, 특별히 이런 설문을 채택한 이유가 있나. A. DREEM 설문은 의학 교육의 환경을 평가하기 위해 많은 학생들의 의견을 담을 수 있다. 이런 연구 방식은 사회과학적 연구방법론에서 양적 연구에 해당한다. 양적 연구는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데이터를 정리해서 보여준다. 일부 사람에 대해 깊게 연구하는 질적 연구 방법도 물론 중요하지만, 양적 연구는 질적 연구에 비해 좀 더 설득력과 집단의 대표성을 설명하기 쉬운 측면이 있다. 의학 교육 분야에 계량화한 연구가 많이 쌓여야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알 수 있는데, 아쉽게도 의학 교육은 이런 연구가 비교적 적은 편이다. 국내 양의과대학도 객관적 지표를 통해 의학 교육의 질을 높이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이 역시 최근이다. 한의과대학이 양의과대학보다 규모가 더 적다보니 양적 연구를 하려는 시도가 좀 늦어진 측면은 있다. Q. 이번 논문은 한의과대 교육이 다소 암기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 결론에 대한 의의가 있다면. A. 암기 중심의 교육은 한의과대학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의 교육은 학생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거나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배우는 게 아니라, 많은 양의 지식을 암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인재를 키우는 시대는 지났다. 이번 논문의 결과 역시 이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다. 그러니 교과 과정과 정책 등 학생의 바람에 맞게 바뀔 필요는 있다고 본다. “한의학 교육의 근거 자료 마련 위해 연구 결심” “암기 중심 의학 교육, 시대 변화 반영 못 하고 있다” 원광대 한의과대학 본과 4학년 정한영씨. Q. 학생 신분으로 논문을 쓰게 된 계기가 있었나. A. 학생회 소속 학술위원회에 몸담으면서 한의과대학의 교육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학생회는 아는 선배가 활동하고 있어서 들어갔는데, 여기 있을 때 원광대 병원 폐업 문제가 문제된 적이 있었다. 당시 학생 입장에서 교육권을 주장할 수 있는 것 같아 관련 자료도 찾아보면서 한의학 교육 관련 자료에 대해 세 가지 정도의 아쉬움을 느꼈다. 첫째, 양의학 과목을 전공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등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반복적으로 논의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한의 교육에 대한 일반 학생들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셋째, 자료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러다 우연히 참가한 의학교육 학술대회를 참가하면서 논문을 남기기로 결심했다. 이 학술대회에서 한 교수님은 의과대학의 학점제 폐지를 주장했다. 학생들이 암기 위주의 학점제 때문에 서로 경쟁을 해야 하는 구조에 놓여 있으니, 이수·미이수의 제도로 합리적인 교과과정을 만들자는 게 골자였다. 의학교육 분야에 대한 실용적인 연구는 내가 앞서 느꼈던 세 가지 아쉬운 점을 한 번에 해결해주는 듯 했다. 첫째, 이 교수님의 연구는 암기 위주의 수업이 경쟁적인 분위기를 낳는 악순환을 끊어냈다. 둘째, 이 연구에 대한 접근성이 한의대생인 내가 접할 수 있을 만큼 좋았다. 셋째, 수 년간의 연구를 바탕으로 내린 결론이어서 근거가 탄탄하다. 이 모든 건 의학교육을 ‘연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연구 주제는 내가 학생회를 하면서 느꼈던 문제의식부터 시작하는 게 맞다고 여겼다. 한의과대학의 교육환경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교육 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확인하는 게 그 작업이었다. 이에 선배 추천으로 들었던 진단·생기능의학과의 방학 연구 프로그램을 적용해 이번 논문을 쓰게 됐다. Q. 이수·미이수의 제도가 암기 중심의 의학 교육을 변화시키려는 시도와 관련이 있다고 보나. A. 그렇다. 흔히 의과대학교에 입할 정도면 암기 교육에 대한 성과는 검증됐다고 볼 수 있는데, 이들에게 다시 암기학습 경쟁을 시키다 보니 우수한 학생들조차 내용을 모른 채 외우게 되고, 1등부터 100등까지 줄을 세워서 1등은 성적 유지를 위해 괴롭고 꼴찌는 꼴찌여서 괴로운 상황이 이어졌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이 때문에 학생들이 봉사활동이나 보건 체계에 대한 고민, 새로운 의학 지식에 대한 이해와 토론처럼 좀 더 발전적이면서도 중요한 활동을 놓치고 있다는 점이다. 암기 중심의 의학 교육이 학생들이 처한 시대적 변화에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한계 중의 하나다. 우리 세대는 기술 발전으로 컴퓨터가 많은 일을 대신 해 준다. 이런 환경에선 단순 암기에 대한 중요성이 떨어진다. 한 가지 특수한 재능을 심화하고 발전시키는 것도 이런 사회의 특징인데, 그러려면 의학 교육도 하나의 전공을 두고 경쟁하는 게 아니라 각자의 세부 전공을 파는 게 더 유리하다. 그런 점에서 암기 중심의 의학 교육에서 탈피하는 건 의미가 있다. Q. 암기 중심의 의학 교육은 한의과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DREEM 설문 결과와도 일치한다. 앞으로 한의과대학의 교육이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보나. 한의과대 학생으로서 개인적인 경험을 말하자면, 교수님들과 학생들의 소통이 좀 더 강화됐으면 좋겠다.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이 한의과대학의 교육 평가·인증 과정에서 이런 부분을 평가한다고 알고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평가·인증이 강화되는 한편 교육 현장에선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 학생들이 체감하기에는 교수님과의 소통이 대한 피드백이므로, 이런 부분이 좀 더 개선되면 좋을 것 같다. 연구 활동의 경우 논문 쓰는 일이 멀리 있지 않고 학생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업이라는 인식이 확산됐으면 한다. 그리고 한의학계 내부에서도 이런 연구가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연구 자료는 다른 형식의 글보다 신뢰도가 높고 근거가 충분하다는 점에서 양질의 객관적인 정보를 줄 수 있다. 연구는 또 시공간을 초월해 의학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도 하다. 이런 연구 결과가 차곡차곡 쌓여 가까운 미래에 보다 나은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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