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관련, 학자들은 선별 급여를 통해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의료계에서는 무조건적인 비급여 자료 공개보다는 표준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13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 서울지역본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비급여 진료비 현황과 국외 사례를 통해 본 시사점’ 정책토론회에서 서남규 국민건강보험공단 의료비연구센터장은 “필수적인 비급여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며 “선별급여 제도의 활용, 중복검사 규제, 가격 공개, 항목정비 등을 통해 우선순위를 결정해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 센터장에 따르면 건보공단 연구원에서 15개 병원의 비급여 1293만개를 분석 결과 항목비급여가 21.98%, 기준초과 비급여 32.79%, 법정 비급여 32.99%, 합의 비급여 6.05%, 미분류 비급여가 6.20%를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의학적 비급여가 전체의 54.8%를 차지했으며 법정 비급여 중 93%가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등 2대 비급여였다. 즉 종합병원급 이상은 반 이상(54%)이 의료적 비급여였고 코드 부여나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등 관리가능한 진료비도 85%에 달하는 만큼 선별급여를 활용해 단계적으로 급여화를 하면 건강보험 제도 안에서 관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제외되는 미용 수술 등 선택적인 합의 비급여 영역에 대해서는 “적정 가격과 질적으로 높은 서비스를 유도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교수는 ‘외국의 비급여 관리 사례와 시사점’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기준초과 비급여’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건강보험에서 이 수치를 넘어서면 나머지는 비급여로 하고 환자한테 합법적으로 돈 받아도 되는 영역이 있는 반면, 받아도 된다 명시하지 않은 영역은 임의 비급여인데 이건 불법 영역이라는 것. 김 교수는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임의 비급여를 없애겠다고 했었고 지금도 없어졌다고는 하지만 실제 없어졌는지는 미지수라며 이 부분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다”고 시사했다. 그는 특히 새로운 비급여 영역이 생기는 이른바 ‘풍선효과’를 없애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급여제도가 원가를 100% 보전해 주진 않다보니 여기에서 오는 손실을 줄이기 위해 의료기간이 비급여에서 초과해서 메우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어 비급여는 계속해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예컨대 CT나 MRI를 예로 든다면 이 두 의료서비스가 급여권으로 들어온다고 가정할 경우 의료기관은 비급여 부분에서 얻던 초과이익이 사라지다보니 새로운 비급여 영역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다”며 “보장성 강화는 급여와 비급여 이익의 불균형을 해소하지 않으면 풍선 효과를 없앨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대안으로 △모든 의학적 비급여를 포괄하는 신포괄수가제 시행 △필수 비급여를 포괄하는 본인부담금 상한제 △혼합진료 금지 △환자를 상대로 비급여 영역에 대한 사전 동의제 △병원을 대상으로 신의료시술 기관 승인제 △일차의료 보장성 강화 등을 제시했다. 기진호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실손보험을 대책 논의하다 비급여 관리 논의까지 온 거 같다”며 “단순히 수치상으로 1% 올리기 위해 뭘 하기보다 정책 세우기 전에 공급자와 충분한 협의하는 게 중요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기 이사는 “의료계의 큰 화두는 비급여 자료 공개”라며 “우려스러운 건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공개하자는 것이다. 병원마다 쓰는 MRI 기기가 다르고 병실료도 크기에 대한 공개없이 얼마라고 나오는 데 이런 식이면 하향 평준화만 가속화되기 때문에 정말 비교할 수 있는 자료인가를 우선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한호 대한병원협회 보험위원장은 “실손보험 때문에 고급 의료 서비스를 선호하다보니 그에 따른 항목비급여와 기준초과 비급여가 문제”라며 “대안으로 제시된 신포괄수가제 또는 혼합진료 금지와 같은 문제는 지금 단계에서는 논외로 하고 신포괄수가제를 갖고 나온다면 어디까지 보상해 줄 것인가에 대해 의료계나 가입자들간 계속해서 논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선을 그어 학자들과 현장 의료인 간의 의견차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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