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한의전, 예비 한의사 실무 능력 강화하는 임상실기시험 진행 부산대 한의전 학생들이 지난 7일 한의전 2층 문제해결학습(PBL)실에서 임상실습시험을 보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한의신문=민보영 기자] 경상남도 양산시의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2층 PBL실. 흰 가운을 입은 한의대 학생 여러 명이 임상실기시험이 진행되는 PBL실 9개의 문 앞에 차트를 들고 긴장한 표정으로 서 있다. 12 종목의 임상술기를 치르기 위해 모인 부산대 한의전 4학년 학생들이다. “학생들은 시험 문제를 확인하십시오.” 방송이 들리자 학생들은 문에 적힌 시험 주제를 읽은 후 ‘CPX(진료수행평가)’ 또는 ‘OSCE(객관적술기능력평가)’라고 적힌 문을 열고 들어갔다. 7일 부산대 한의전은 학생들의 임상 지식과 술기, 태도 등을 통합적으로 운용하는 역량을 확인하기 위해 한의전 4학년 학생 49명을 대상으로 임상실기시험을 실시했다. 환자들이 한의원에서 호소하는 주된 증상에 대한 진료 능력을 기록, 진료에 도움이 되는 의사와 환자 관계를 훈련하기 위해서다. 원광대, 대전대 한의대 등이 교내에 임상술기센터를 도입했지만, 임상실기시험을 실제로 수행하는 한의대는 부산대 한의전이 전국 12개 한의대·한의전 중 유일하다. 올 해로 7회를 맞은 임상실기시험은 지난 달 CPX 교육을 시작으로 이어져 왔다. 이날 학생들은 PBL실 CPX 3문항, OSCE 6문항을 1시간 40분 가량 치른 뒤 1시간 동안 침구치료시행능력평가 2문항, 탕전능력평가 1문항 등 총 12문항의 임상실기시험을 마쳤다. CPX는 실제 환자를 만나는 듯한 진료 환경을 재현해 학생들의 기본진료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본 시험에 앞선 CPX 교육에서는 교수들이 각 학생의 진료 장면이 녹화된 동영상을 보면서 잘된 점과 고쳐야할 점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게 된다. 환자 연기를 맡은 ‘표준화 환자’ 역시 학생의 진료를 받으며 느낀 점을 기록해 학생들에게 제출한다. OSCE는 의사로서 갖춰야 할 술기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각 스테이션에 들어선 학생들은 문 앞에서 봤던 시험 문항을 떠올리며 실기 수행에 들어갔다. ‘CPX2’실에서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홍기영씨(48세)를 진료하던 한 학생은 10여분 동안 평소 생활습관은 어떤지, 다른 병 등은 없는지를 물어보며 환자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OSCE4’실에서는 모의 환자에게 장골 후방회전변위에 대한 교정을 위해 추나요법이 치러졌다. CPX와 OSCE를 마친 학생들은 PBL실 바로 옆에 위치한 본초방제실습실에서 침구치료시행과 탕전능력을 평가받았다. 침구치료시험은 학생 2명이 조를 이뤄서 3개의 베드에 각각 누운 후, 시험 주제에 따라 특정 부위에 자침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 학생은 베드에 누운 학생의 발목 부분에서 혈 자리를 찾기 위해 두세 차례 손가락으로 경혈을 눌러보기도 했다. 또 다른 학생은 옆 자리에서 복부 등 주요 부위로 된 인체 모형에 자침을 했다. 뒷편에서는 약재를 순서에 맞게 초탄(炒炭)하고, 약재 탕전과 탕액 농축을 하는 시험이 진행됐다. 약재 탕전 지시를 받은 한 학생은 처음엔 낯선 듯 싶다가도 이내 익숙하게 물을 받고 탕전기계를 동작시켰다. 모든 절차의 시험을 마친 학생들은 문을 열고 나가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시험을 마치고 나온 이상록씨는 “교과서에서 이론만 알던 내용을 직접 해보니 확실히 다르다”며 “알고 있다고 믿었던 걸 실제로 해보면서 몸이 이 과정을 익혀가는 것 같아 유익했다”고 밝혔다. 4조로 짜인 이들 학생은 시험이 끝난 후 담당 교수와 표준화 환자에게 피드백 듣는 시간을 가졌다. 신상우 부산대 한의전 교수는 “임상실기시험은 보건의료인의 지식, 술기, 태도 등을 자체 검증하고 표준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며 “이 같은 역량을 갖춘 한의사를 배출하는 게 한의대의 사회적 책무이자, 임상 능력을 강화하려는 국제적 흐름을 따르는 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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