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 여한의사회 수석부회장 인터뷰 [한의신문=윤영혜 기자]그동안 각종 법령과 제도의 미비로 인해 많은 부분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왔던 한의사의 의권을 신장하고 불합리함을 개선키 위해 최근 들어 한의계에서는 ‘1인 1정당 갖기’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본란에서는 16일 김영선 여한의사회 수석부회장으로부터 ‘1인 1정당 갖기’가 갖는 의미 및 필요성 등에 대해 들어봤다. -정당 가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평소 분회와 여한의사회 활동을 하면서 개개인의 의지와 활동도 중요하지만 좀 더 효율적으로 의지를 관철시킬 방법이 필요하단 생각을 했다. 사회는 개인의 노력을 넘는 시스템 차원에서 진행되는 일들이 많다. 구조를 움직여야 변화가 가능하다. 한의학의 경우도 침 치료 만으로 치료가 진전이 안 되는 경우 탕약을 통해 신체 오장육부 전반의 좀더 큰 변화가 일어나야 치료가 되듯 근본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생각했고 그 부분이 바로 제도를 만드는 정책과정의 개입, 혹은 정책수립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 확보라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을 하던 중 한의사협회의 ‘1인 1정당 갖기 운동’ 안내문을 보게 된 뒤 직접 실천에 옮기게 됐다. -가입한 정당은? 한의계가 발전하기 위한 정책 방향에 제일 부합되고 뜻을 같이한 당이라 생각해서 더불어민주당에 가입을 했다. 다행히 대통령으로 당선돼 여당이 됐다. 운이 좋다고 보고 있다. -여한의사회 임원으로 활동하면서 한의사의 정치 참여가 중요하다고 느낀 계기가 있는지? 자연스럽게 타 직능 단체와 만나게 됐는데 상대적으로 지원이나 목표, 방향에서 위축을 느끼기도 했다. 예를 들어 의료 봉사나 기타 사업을 할 경우 지원이 필요하거나 대상지를 물색할 때 더 유리한 경우를 여러 번 봤다. 정책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위치, 정보력이 있는 위치에서 대변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업의 규모나 홍보의 폭은 비교할 수 없게 되더라. 이런 부분은 조용히 모르게 진행되므로 알지도 못하고 한걸음씩 가다가 나중에 큰 폭으로 저만치 앞서가 있는 다른 단체들을 볼 때 개인의 노력을 뛰어 넘는 보이지 않는 힘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분회장으로 활동했을 때는 더욱 정치력의 차이를 실감했을 것 같다. 약 6~7년 전 영등포구 분회장을 하며 그래도 지금보다는 덜 적대적인 타 단체와 서로 행사를 같이 주관하고 보건소와의 협력활동을 같이 계획하기도 했다. 그때 놀랐던 점은 초대된 정치인들의 대단히 노골적으로 친밀한 멘트였다. 정치인들과의 오래된 교류를 느끼게 하는 분위기와 규모가 엄청 부러웠다. 결코 단기간이 아닌 오래 유지돼 만들어진 끈끈함이었다. 당연히 논의되는 중요한 정책의 흐름이 그들의 이야기가 됐다. 특히 보건소장이 거의 의사인 만큼 실제 보건의료 계획에 참여하려 해도 의사들의 시각에 의해 아예 접근이 차단되는 경우도 있었다. 다행히 지금은 그때보다는 한의계의 정치적 역량을 키우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교류가 잘 되는 지역도 있지만 감히 생각건대 한의계의 사회, 정치 참여의 시작은 평균 5년~10년 이상은 뒤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당시 의협회장에게 건강검진 협조에 대한 감사인사를 하던 보건소장과 끊임없이 건강증진사업과 담당자와 교류를 나누고 뭔가를 도모하던 치과의사협회의 부산한 활동들이 생각난다. 물론 하루아침에 어느 한사람의 탁월한 능력으로 되는 건 아니다. 지금 한의약 관련 제도 정비를 위해 많은 분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끊임없이 씨앗을 뿌린다 생각하고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지난해 남인순 의원실과 여한의사회가 함께 난임 관련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오랜 시간 공들인 결과물로 보였다. 지난해 ‘한의 난임치료의 보장성 강화’라는 주제로 남인순 국회의원실과 공동으로 국회 공청회를 개최해 한의 난임치료의 정부예산 지원사업을 제안하고 지속적으로 실현을 위해 노력 중이다. 또 ‘여성폭력 피해자 한의의료지원’ 사업을 여성가족부와 협의 하에 추진해오고 있으며 여한의사의 권익과 한의학의 위상 강화를 위해 타 여성 의료인 단체, 여성 과학 기술인 단체 등에서 여성 정책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약 20여년 전 여성 단체와 교류가 있었는데 그때 조용히 실무를 주관하던 분이 남인순 국회의원이다. 긴 시간을 두고 활동하며 쌓아온 의지가 정치적으로 이어지는 걸 보며 지속적인 사회 참여와 공헌의 힘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나의 업, 진료도 중요하지만 한의약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려면 한의사 개개인이 좀 더 포석을 넓게 두는 게 결과적으로 삶을 더 가치 있게 하는 길일 것이라 생각한다. -남기고 싶은 말 또는 향후 계획 얼마 전 후배와 술자리에서 문득 군대 예기가 나왔다. 본인 세대가 군의관 이전 마지막 세대였다며 일반병으로 입대해 어린 선임들한테 혹독하게 당한 이야기를 했다. 얻어맞는 것보다 같이 의학계열을 다녔는데 갑자기 누구는 군의관이고 본인은 졸병이 되니 자존심이 상한 게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군의관 제도에 한의사가 들어가기까지도 얼마나 많은 노력이 있었던가. 보건소, 국회 등 공공기관 내 한의사 근무도 그렇다. 누군가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자리를 잡게 된 건데 당연하게만 여기며 회비조차 아까워 할 때는 참 씁쓸하다. 한의계 전체가 더 속도를 내서 우리 한의약의 존속과 후학들에 대한 사회적 책무를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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