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한의사협회(회장 윤성찬·이하 한의협)가 2026년도 요양급여비용 협상을 진행한 결과 1.9%의 인상률로 타결한 가운데 13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 서울강원지역본부에서 한의협 등 6개 공급자단체가 모여 ‘2026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체결식’을 가졌다.
이날 체결식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정기석 이사장·김남훈 급여상임이사 등과 협상이 타결된 대한한의사협회·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약사회·대한조산협회 단체장 및 수가협상단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에 앞서 지난달 31일 모든 유형과의 협상이 마무리된 가운데 2026년도 평균 환산지수 인상률은 1.93%(1조3433억원), 상대가치 연계 0.07%(515억원)로 나타났으며, 한의 유형 1.9%를 비롯해 △병원 유형 2.0% △의원 유형 1.7% △치과 유형 2.0% △약국 3.3% △조산원 6.0% △보건기관 2.7%로 타결했다. 이 가운데 병원 유형과 의원 유형은 환산지수 인상률 중 각각 0.1%씩을 저평가 행위 항목에 재정을 투입키로 했다.
이날 윤성찬 회장은 “한의는 우리나라 의료의 한 축으로서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꾸준히 기여해 왔으며, 특히 지난해 의정사태 속에서도 진료 현장을 묵묵히 지키며 국민건강을 보호하고자 최선을 다해 왔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 내에서 한의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낮은 현실은 모두가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윤 회장은 이어 “이는 한의 치료의 효과나 기술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동안 보장성 강화 정책에서 지속적으로 소외되며 한의 진료의 문턱이 상대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이로 인해 환자들은 상대적으로 보장성이 높은 진료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한의 유형의 실수진자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윤 회장은 “WHO는 건강을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삶의 질이 유지되고 증진되는 상태로 정의하고 있는 등 전 세계적으로도 필수의료뿐 아니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보장성 확대가 중요한 의료 정책의 방향으로 자리잡고 있다”면서 “하지만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는 여전히 협소한 개념의 필수의료에 무게 중심이 실려 있으며, 국민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다양한 건강 수요와는 다소 괴리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또 “현재와 같이 필수의료에 대한 정의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진료과목 중심의 접근만으로는 지속가능한 보장 체계를 설계하기 어렵다”면서 “실례로 자동차보험과 같이 상대적으로 다양한 수요와 의료 선택이 반영되는 제도에서는 한의의 활용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처럼 제도의 설계가 어떻게 달라지느냐에 따라 한의 역시 국민에게 충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윤 회장은 동일한 의료행위임에도 급여 적용 방식이 제한적이거나 의료기기 사용에 현실적인 제약이 따르는 점, 특정 급여 항목에 대해 횟수 제한과 높은 본인부담률이 병행되는 구조 등을 국민의 한의진료 접근성을 낮추고 있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윤 회장은 “올해 대한한의사협회는 1.9%라는 역대 가장 낮은 인상률을 수용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으며, 이는 환산지수 인상률도 중요하지만 의료 접근성 개선과 보장성 확대를 위한 장기적 방향 설정이 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면서 “이러한 한의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들의 해결하기 위해 재정운영위원회에서 제시한 ‘한의 보장성 강화’ 관련 부대의견이 실질적으로 이행돼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비롯한 관련 기관의 전향적인 검토와 실무적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이어 “재정운영위원회의 부대의견이 단순한 권고에 그치지 않고 반드시 실행 가능한 방향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실무협의체 구성 등 구체적인 방안 마련에 함께 나서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며 “다시 한번 한의 유형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라는 부대의견이 반드시 이행될 수 있도록 힘써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정기석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8년만에 전 유형 협상 타결이라는 의미있는 성과를 거둔 후 갖는 체결식이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면서 “모든 공급자단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서도 상호간 신뢰와 소통을 통해 좋은 결과를 맺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또 “전문의 집단행동 등과 같은 의료계의 특수한 상황 속에서도 환산지수 인상률 순위 적용 원칙을 지켰고, 특히 한의와 치과 유형에 대해서는 보장성 강화 등을 통한 수가정책 지원이 이뤄질 수 있는 부대결의를 이끈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건보공단은 소통과 배려의 자세로 건강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과 보건의료체계의 발전을 위해 의료계와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으로 건강보험제도가 운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